건조한 문체와 지나칠 정도의 세밀한 묘사들, 하지만 가족의 흥망성쇠만으로도 이야기는 흥미롭네요. 특히 지금의 시대적 기준에서도 순탄치 않았을 토니의 삶이 꽤 기억에 남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이 그 시대 부유한 상인 가문의 일반적인 모습인지는 모르겠으나 사회적 규범이나 생활양식, 특히 부를 축적하고 다루는 방식들을 보면서 과연 백 년 전에 쓰인 책이 맞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토니는 오랫동안 자기의 이름과 그 뒤의 공란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신경질적인 표정을 짓더니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이었다. 잠시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녀는 펜을 잡아서 잉크병에 콱 찔러 넣었다가 집게손가락을 꼬부리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어깨 밑으로 잔뜩 숙인 채 글씨를 썼다. 그것은 비스듬하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껴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