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
거거침없는 삶을 살다간 그녀의 일부를 느끼게 해줍니다.
삶을 대하는 순수함과 진지함, 그리고 도박에 대한 예찬...
<내용소개>
무엇이든 자기 자신에게 뭔가 금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고 그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스피드의 템포는 음악의 템포와 대응하지 않는다. 시속 200킬로미터에 대응하는 것은 교향곡의 알레그로, 비바체 혹은 푸리오소가 아니라, 느리고 장엄한, 일정한 속도를 초월했을 때 다다르게 되는 일종의 평원인 안단테이다. 그 평원에 다다르면 자동차는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고, 더 이상 속도를 높이지도 않는다. 반대로 자동차는 운전자의 육체와 함께 각성되고 주의 깊은 현기증에 몸을 내맡긴다. 우리는 그런 상태를 흔히 ‘도취시킨다’라고 부른다. 그런 일은 밤에 후미진 길을 지나갈 때 혹은 낮에 인적 없는 지역을 지나갈 때 일어난다. 그런 일은 ‘~금지’ ‘~의무 착용’ ‘사회보험’ ‘병원’ ‘죽음’ 같은 표현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순간에, 그 표현이 단순한 단어로만 취급되는 순간에 일어난다.
......
어쨌든 그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태양이 거기에, 내 손바닥 안에 있다. 나는 기계적으로 태양을 향해 손바닥을 내민다. 그러나 손을 다시 쥐지는 않는다. 시간과 사랑을 붙잡으려고 애쓰지 말아야 하듯이, 태양도 인생도 붙잡으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 나는 웃고 잊어버리는 사람들, 어느 곳이든 다른 곳, 그러나 이곳을 닮은 다른 곳, 혹은 이곳을 닮으려고 애쓰는 다른 곳, 그러나 결단코 그것에 성공하지 못할 다른 곳을 향해 다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로 내려간다.
......
나는 글을 쓴다는 것이 공허한 표현이 아님을, 그것이 쉽지 않음을, 그리고 그 시절 떠돌던 생각과는 달리, 진짜 화가나 진짜 음악가보다 진짜 작가가 더 드물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깨달았다. 글을 쓰는 재능은 극소수 사람에게 주어지는 운명의 선물임을. 그 재능을 명예나 오락거리로 삼으려는 사람은 가여운 바보인 동시에 비참한 불경배임을. 글을 쓴다는 일은 뚜렷하고 값지고 드문 재능을 요구한다. 그것은 우리 시대에 부적당하고 거의 몰상식한 진실이 되어 버렸다. 요컨대, 문학은 거짓 사제 혹은 찬탈자들에게 온화한 멸시로 복수를 하는 것이다. 문학은 감히 손가락으로 자신을 만지는 사람들을 무능하고 신랄한 불구자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때때로 잔인하게도 그들에게 일시적 성공을 안겨주지만, 결국 그들의 삶을 파멸시킨다.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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