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주무셨어요? : 잠 잘 자는 사회를 위한 숙면의 과학>
저자 페터 슈포르크(Peter Spork)는 신경생물학자이자 독일의 유명한 과학저술가라 합니다.
<내용소개>
우리는 신체가 휴식을 원할 때 최고 출력으로 일하려 안간힘을 쓰고, 종종 신체가 가장 능률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일을 줄인다. 장기가 채 준비를 하지도 못했는데 음식을 마구 집어넣고, 유익보다는 해가 되는 시간에 약을 복용한다. 어둠이 필요한 시간에 빛을 찾으며, 빛이 필요한 시간에 어둠에 처한다. 휴식과 쉼에 대한 욕구를 무시한다. 간단히 말해 생물학적 리듬에 맞춰 사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 결과 비만과 질병이 초래되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능률이 오르지 않고, 감염 위험이 높아지며, 학습능력과 순발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창조성과 삶의 기쁨이 결여되며, 신경이 예민해지고 심한 경우 우울증까지 찾아온다. p8.
대다수 사람들이 푹 자고 능률 있게 일을 하려면 학교와 직장은 9~11시 사이에 시작해야 맞다. 오늘날 일반적인 업무시간은 산업화 이전 시대에서 유래한 것으로 밤 10시에 자고 아침 6시에 자연스럽게(자명종 없이) 기상할 때나 맞는 리듬이다. 그러나 앞서 1~2장에서 제시한 조언을 유념한다고 해도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지 못한다. 현재의 업무시간은 종달새 유형에게나 맞다. 고도나 중도의 아침형 인간들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인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꼭 8시간씩 자야 하는 것은 아니라서 종달새 형이 아니라도 7시 이전에 기상할 수 있음을 감안한다 쳐도, 최소 인구의 3분의 2는 늦지 않게 출근하기 위해 자명종에 의존해야 한다. p102.
잠을 얼마만큼 자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정확히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학자들은 인간의 수면 필요량을 정확히 규정하는 걸 힘들어한다. 수면 욕구의 개인차가 너무 크고, 수면 부족이 전혀 없는 실험 대상자를 찾는 것도 힘들다. 아무튼 하루 24시간 중 5~10시간 정도의 수면 욕구를 가진 것은 정상으로 여겨진다. 필요한 잠을 한 번에 몰아서 자든 여러 번에 걸려 나누어 자든, 그것도 별 상관이 없다. 물론 잠이 특별히 많거나 적은 사람들은 드물다. 5시간 미만의 수면으로 충분한 사람은 건강한 인구 중 약 2퍼센트에 불과하다. 10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한 사람들 역시 그 정도로 소수이다. 한동안 마음껏 자도록 해주면 사람들은 평균 7시간 반~8시간 정도 수면을 취한다. 노인 중 아침에 마음껏 늦잠을 자고, 종종 낮잠도 실컷 자면서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수면 압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수면장애가 아니다. 깨어있을 때 전혀 수면 부족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수면 압력이 없는 삶은 꽤나 행복할 수 있다. 미국의 생물심리학자 토마스 베어는 유명한 실험을 통해 그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24명의 실험 대상자로 하여금 넉 달간 매일 저녁 14시간씩 깜깜한 수면 실험실 침대에 누워있게 하였다. 그러자 실험 대상자들은 처음에 12시간 이상을 졸거나 잠을 자며 그동안 쌓였던 수면 부족을 모두 상쇄하였다. 그러고 나서 4주쯤 지나자 평균 약 8시간 15분 정도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수면-각성 주기가 안정되었다. 게다가 실험 대상자들은 기분이 아주 좋아졌는데, 살아가면서 이토록 컨디션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한 사람도 여러 명이었다. p129.
현대사회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은 특히 잠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가능하면 잠을 적게 자고 견디는 것이 능력과 탄력성을 입증하는 잣대라도 되는 양 행동한다. 끔찍하게 근시안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잠을 자면서 우리는 젊음을 유지하고, 신진대사의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잠자는 상태에서 생체시계들이 서로 소통을 하면서 헝클어진 균형을 맞추어 동시 진행한다. 그것이 바로 잠을 푹 자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장기적으로 더 날씬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수면 중에 혈관계와 면역계, 피부, 간, 근육, 많은 다른 장기들이 새로운 세포를 생성한다. 노화한 세포는 제거되고, 감염과 염증에 대한 싸움이 진행된다. 그리하여 단잠은 사람을 건강하고 기분 좋고 젊게 만든다. 그러니 운동선수들이 성장호르몬을 도핑 하다 발각되기도 하는 것이다. 성장호르몬은 사람의 모든 과정을 자극하는데, 도핑의 경우가 아니고는 깊은 잠을 잘 때 체내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이제 운동선수들은 차라리 깊은 잠을 한 번 더 자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배워가는 중이다. 트레이너와 스포츠 지도자들은 프로 축구선수들이 시즌을 준비할 때 단잠을 자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 그리하여 시합을 떠날 때 선수들이 시차증을 줄일 수 있도록 정밀한 계획을 세운다.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은 훈련 캠프에 개개인에 맞게 특수 제작한 매트리스까지 가지고 들어간다. p134.
중요한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협상 시한을 밤늦게까지 연장한다는 소리는 근사하게 들리지만, 수면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리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잠 자지 않고 17시간째 깨어있는 사람들의 경우 학력검사(Achievement Test)에서 혈중알코올 농도 0.5프로밀 정도에 해당하는 능력 감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이 아침 7시쯤 기상했다고 가정하면, 자정쯤에는 “적잖이 취한 채”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꼴이다. 24시간 잠을 못 잔 경우 반응시간은 푹 잔 상태에서 혈중알코올 농도 1프로밀일 때와 같은 수치로 떨어진다. 이런 상태는 때로 합의를 쉽게 끌어낼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잠을 푹 잔 지도자들이 이끄는 나라의 모습은 얼마나 좋아질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p140.
아이들은 오전 11시나 12시쯤 깨워도 싫은 내색을 하기 일쑤다.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까지 최소 30분은 걸린다. 그러나 탄식하지 말자. 아이들이 밤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지 않고, 아침에도 따박따박 일어나지 않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시간 생물학적 인식에 따르면 사춘기 즈음은 인생에서 가장 야행성 경행이 심한 시기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이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쌩쌩한 것은 어른에게 반항하려는 것도 아니고, 놀고 싶어서도 아니다. 생체 시계가 그 시간 각성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의 경우는 반대다. 신생아들은 4시간 리듬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밤에도 내리 자지 않고 깨어 운다. 그러다가 6개월에서 12개월 정도 되면 24시간 리듬이 우세해지고, 이 리듬이 우리의 전 인생과 동반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거의 종달새들이다. 일요일 아침 엄마 아빠가 모처럼 단잠을 자려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부모를 괴롭힌다. 그러다가 사춘기에 접어들고 성년이 되기까지는 계속하여 야행성 인간으로 변신한다. 그 뒤 세월이 가면서 추세가 바뀌어 저녁에 점점 더 일찍 졸리게 되고, 아침에는 점점 더 일찍 일어난다. p191.
장기의 말초 시계를 위해서는 식사 타이밍이 특히 중요하다. 취리히의 미카엘 호티거는 “아침과 낮에 에너지가 풍부한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조금 덜먹고, 늦은 저녁과 밤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자연의 리듬에 가장 잘 맞추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부수적으로 칼로리도 최적으로 연소되어 체중을 유지하기도 수월하다. 우리가 한동안 저녁 늦게 초콜릿이나 과자나 젤리 먹는 걸 포기하며, 얼마 안 가 그런 것들을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게 된다.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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