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혈압약>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고혈압약 복용이 코로나19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논란이 있었으나 최근의 연구를 통해 오히려 혈압약 복용이 코로나19 환자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이슈가 되었던 혈압약은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두 종류였습니다. 최초의 논란은 중국 의료진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ACE2 수용체가 ACE억제제나 ARB 계열의 혈압약을 복용하면 더욱 증가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주장이었으나 유럽심장학회 및 여러 국가의 의료진들이 이에 반발하며 혈압약 중단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대한고혈압학회 역시 3월 17일 우려의 입장을 발표하며 혈압약 복용을 중단하지 말도록 권고했습니다.
지난 8월 영국의 이스트 앵글리아대학 의대 심혈관질환 전문의 바실리오스 바실리오우 박사 연구팀이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총 2만 8천872명이 대상이 된 19편의 관련 연구논문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ACE, ARB 두 가지 혈압약이 오히려 코로나19 환자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Current Atherosclerosis Reports에 발표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ACE 또는 ARB 계열의 고혈압 약물을 복용하는 코로나19 환자는 다른 환자에 비해 증상이 악화돼 집중치료실로 옮겨지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3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또한 고혈압이 아닌 당뇨병이나 신부전 등 다른 질환으로 ACE 또는 ARB를 복용하는 코로나19 환자도 중등도(severity)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 결과는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전부터 이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면 감염 후에도 계속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며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새로이 ACE나 ARB를 처방했을 때 증상이 개선된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연구팀은 강조했습니다.
ACE 억제제는 혈관을 좁히는 안지오텐신 II 호르몬을 생성하지 못하게 하며 수축된 혈관을 확장시켜 더 많은 혈액이 흐르도록 도와줍니다. 약의 이름이 '프릴'(-pril)로 끝나는 약들이 해당됩니다. ACE 혈압약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베나제프릴(Benazepril)
- 페린도프릴(Perindopril)
- 캅토프릴(Captopril)
- 에날라프릴(Enalapril)
- 모엑시프릴(Moexipril)
- 포시노프릴(fosinopril)
- 퀴나프릴(Quinapril)
- 트란돌라프릴(Trandolapril)
ARB 계열의 혈압약도 ACE 혈압약과 비슷한 작용 기전을 가지고 있으나 ACE와 달리 bradykinin의 분해를 차단하지 않으며 ACE 계열 약물의 부작용인 마른 기침이 개선되었습니다. 주로 로사르탄, 발사르탄, 칸데사르탄 등 성분 이름이 '사르탄'(sartan)으로 끝납니다. ARB 혈압약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로자탄(Losartan)
- 칸데사르탄(Candesartan)
- 이르베사르탄(Irbesartan)
- 텔미사르탄(Telmisartan)
- 발사르탄(Valsartan)
지난 9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라케쉬 자인(Rakesh K. Jain) 박사는 온라인 IVBM2020에서 ‘암 면역 요법을 개선하기 위해 종양 미세 환경 정상화 : 실험실에서 침대로(Bench to Bedside)’을 주제로 항 혈관 신생 약물을 통한 항암요법 개선 사례를 소개했는데 여기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ARB 계열의 혈압약을 면역 항암제와 함께 사용할 경우 암 환자의 생존율과 반응률 모두를 높여준다고 합니다. 자인 박사는 "비정상적인 종양 혈관 구조를 회복해 종양 내 혈류를 향상시키는 다른 항-혈관생성 약물과 달리 안지오텐신 억제물질은 종양 생성으로 혈관 주변의 젤과 유사한 세포 외 기질을 팽창시킬 때 종양 혈관에 생기는 물리적 압력을 완화시킴으로써 혈관을 개방 시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면역항암제의 한계는 ARB 계열 약물과의 병용으로 개선할 수 있다”라며 “췌장관세포암(PDAC)은 5년 생존율이 3% 밖에 안 되지만, ARB 약물과 면역항암제, 방사선을 함께 사용함으로 34%까지 증가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혈압약의 긍정적인 부작용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지속적이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혈압약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혈압약이 개발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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