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p. 고씨 집안사람 하나가 친일파였다. 친일로 제법 돈을 모았고, 일본에 헌납도 한 모양이었다. 해방 직후 면의 젊은 이들이 그를 당산나무 아래로 끌고 왔다. 쳐 죽이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혈기왕성한 젊은이 하나가 낫을 들고 다가가자 누군가 빽 소리를 쳤다. 젊은이의 어머니였다. “그 어른 아니었으면 니가 시방 산 목심이 아니어야!”, 젊은이가 어린 시절 이질로 죽어갈 때 고씨가 병원비를 댄 것이다 사라들이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우리 애기 학벵 끌레가게 생겼는디 고씨 어른이 손을 써줬그마요.” 고씨 성토장이 이내 미담장으로 변했다. 쳐 죽이자고 했던 젊은이들도 그만 머쓱해져서 흐지부지 흩어지고 말았다. “민족이고 사상이고, 인심만 안 잃으면 난세에도 못심은 부지하는 것이여.” 228p. ..